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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소설의 재미의 관건은 글을 이끌어 가는 작가가 글을 읽는 독자를 얼마나 잘 속이느냐에 달려 있다따라서 작가는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끌고 가는 것뿐만 아니라 치밀한 장치들을 잘 이용해서 독자를 속여 넘길 필요가 있다문제는 이미 지난 수세기동안 추리소설 내 장치들이 다양하게 이용발달해옴에 따라 독자들의 요구치 또한 덩달아 치솟았다는 것이다덕분에 추리소설 작가들에게는 독자들이 기시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재미까지 있는 이야기 내 장치나 반전 요소를 끊임없이 창조해내야 하는말 그대로 험난한 여정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가면 산장 살인 사건'에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참신한 서술 기법으로 독자들을 멋지게 속여 넘긴다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는 인물을 의심하지 않는다서술자는 사건을 묘사하면서 독자와 함께 실마리를 따라 범인을 찾아나가는 역할을 맡는 것이 보통이다실제로 이 책에서도 주된 서술자가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다작가는 여느 추리소설과 비슷하게 주된 서술자의 시점에서 산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전개해가며 독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지만사건이 모두 해결되었다고 느껴질 때조차 독자들은 찝찝함을 내려놓지 못한다그리고 그 찝찝한 기분을 깔끔하게 해소시켜 주는 것은 마지막 고작 5장의 반전이다.

 

    작가의 역량이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이야기 서술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다는 것이다작가는 범인을 숨기기 위해 논리의 탄탄함을 포기하지 않는다반전을 부각하기 위해 진실을 이미 쥐고 있음에도 소설 내내 '독자'를 기만하는 것이 아니라그 반전이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도록 소설 내 '등장인물'을 기만한다그럼으로써 설사 독자들이 이야기 중간부터 어느 정도 반전 요소를 눈치를 챘다 하더라도 이야기의 끝에서 '그럼 그렇지'하고 비웃기보다 '이게 이렇게 풀리는 구나하고 감탄하게 만든다추리에 실패하더라도추리에 성공하더라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추리소설히가시노 게이고가 추리소설의 거장이라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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